종업식날, 모리구치 선생은 차갑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으며, 그 범인은 바로 자신의 반 학생 A와 B라고. 차가운 독백이 이어지고, 그 독백이 끝날 때쯤에 학생들은 방금 전에 들은 일에 경악을 금치 못 하게 되고, 그 사건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우선 첫 챕터를 읽었을 때, 생각과 많이 달랐다.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대화 혹은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독백인데다가, 표지나 광고멘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주는 선입견인지, 화자의 담담한 고백으로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청소년(혹은 유소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내용일 줄 알았으나... 아니, 그런 의도나 내용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 "세상에나." 싶을 정도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이후의 챕터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책 분량도 길지 않은 만큼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다. 게다가 각 챕터가 시점만 바꿔서 사건을 재조명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큰 내용 전개는 있지 않은 듯.(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쓸때 엑스트라급 인물까지 '작중 등장인물 이력서'을 만들 정도로 세세하게 준비했다는데, 그 말이 납득이 갈만큼 인물들의 관계와 입장의 차이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어 나가면서 주변 인물들의 독백을 통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단순한 악의, 장난에 의한 사건이 아닌 수많은 사연과 요인이 얽혔기에 벌어진 사건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위에서 계속 긍정적인 점만 이야기했는데, 거슬리는 부분도 다소 있다. 바로 이 소설 등장인물 중에는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 없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을 다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점. 심지어는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까지도 제 정신이 아닌 사람 같아서 다 읽고 나면 참 복잡한 기분이 든다.
자칫 진부해지 쉬운 소재를 세밀한 인물 묘사와 그 사이의 관계 묘사, 의외의 전개로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책 자체도 그리 길지 않으니 한번 읽어볼만한 책.